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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한성 등록일 2010-12-19
첨부파일     조회수 4961
제목 [네덜란드] 192개국 여행한 이해욱씨

세계 192개국 여행한 첫 환국인 72세 이해욱씨의 여정

 

네이버 뉴스 검색-이해욱

 

http://news.naver.com/main/search/search.nhn?query=%C0%CC%C7%D8%BF%ED

 

국민일보 2010.12.17금 24면 기사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4441387&cp=nv

 

세계 192개국 여행한 첫 한국인 72세 이해욱씨의 여정

[2010.12.16 18:13] 트위터로 퍼가기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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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한 권의 책 나는 그 책을 끝까지 읽고 싶다

시작은 영화였다. 전쟁이 할퀴고 간 1950년대 서울. 고교생 이해욱은 북아현동 신촌극장을 드나들었다. 영화가 유일한 오락이던 시절이다. 교복 벗고 몰래 관람한 할리우드 영화 ‘애수’ ‘하이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이국적인 것에 대한 동경을 심어줬고, 이내 열병으로 자랐다.

수학 시간에도, 국어 시간에도 그의 책상엔 영어책이 펼쳐졌다. 영화 속 외국 거리를 걸어볼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 유학밖에 없었다. 서울에 두 곳뿐이던 영어회화 학원에서 주한미군에게 말하기를 배우고, 미국 대학 주소록 구해다 구구절절한 장학금 신청 편지를 썼다. 그의 서울고 선배들은 상당수가 이런 방법으로 유학길에 올랐었다.

고3 여름 갑자기 유학생 자격시험이 생기더니 대학 졸업생에게만 응시 자격이 주어졌다. 외화가 부족했던 정부의 조치에 꿈을 접어야 했던 소년은 지난 10월 72세 노인이 돼 한국기록원 인증서를 받았다. 세계 192개국(195개 독립국가 중 여행금지국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제외)을 모두 여행한 첫 한국인이다.

출장의 기술

유학을 포기하니 어떻게든 이 땅에서 출세를 해야 했다. 서울대 상대에 진학했고, 도시락 2개씩 싸들고 도서관에 처박혀 64년 1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체신부 사무관이던 71년 5월, 상관의 출장길 수행원으로 처음 국제선 비행기를 탔다. 행선지는 일본 도쿄.

“충격이었어요. 일본이야 생김새도 비슷한데 뭐가 그리 다를까 했죠. 식당에 가니 정갈한 비닐봉지에 물수건을 담아 내오고, 사람들이 조용조용 얘기하고, 다방마다 똑같은 찻잔이 하나도 없어요. 당시 서울에선 경험하지 못한 것들입니다. 업무 끝나고 호텔방에 있기가 너무 아까워서 저 멀리 보이는 도쿄타워까지 무작정 걸어갔어요. 길을 잃을까봐 거리의 간판을 순서대로 메모하면서. 그때 생각했죠. 낯선 땅을 밟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그는 체신부 차관과 KT 사장을 지낸 IT산업 1세대다. 그는 술을 마시지 못한다. 직업 때문에 일본 IT저널을 읽었고, 체질 때문에 일본어 해외여행 가이드북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골프를 배웠지만 즐기지 않는다. 너덧 시간 걸리는 라운딩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93년 은퇴할 때까지 출장으로 40개국을 다녔다. 미국과 일본, 유럽과 동남아,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와 아프리카의 케냐.

“출장 때마다 어떻게든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나 유적지를 찾았어요. 출국 전에 철저히 준비해서, 토·일요일과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악착같이 다니는 거죠.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 때도 새벽같이 일어나 시내 투어를 하고 돌아오는 데, 택시기사에게 둘러본 곳 얘기하며 자랑했더니 이러는 거예요. You bought our city(당신, 이 도시를 사버렸군요). 굉장한 칭찬처럼 들려서 기분 좋았죠.”

네덜란드 출장 때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2층에서의 일이다. 커다란 방에 한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유화 1점만 걸려 있었다. 그림 앞에 몰려든 사람들은 바닥에 앉거나 드러누워 장시간 감상했다.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감탄하는데 난 무슨 그림인지도 몰랐어요. 알고 보니 렘브란트의 ‘야경꾼(Nightwatch)’이더군요. 부끄러워서 화집을 두 질 샀습니다. 어디 가면 무슨 그림이 있다, 출장 전에 꼭 공부하고 떠났어요. 그러다보니 궁금증이 꼬리를 무는 거예요. 이 그림은 왜 유명한가, 그 배경엔 어떤 역사가 있나. 결국 국립현대미술관이 개설한 미술사 강의를 3년간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출장을 물으니 79년 9월 브라질 UPU(만국우편연합) 총회라고 한다. 체신부 우정국장으로 북한 대표단이 한국 규탄 발언을 하면 대응하는 책임을 지고 50일간 체류했다. 귀국길에 이틀 짬을 내 주변국을 여행했다.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한 게 밤 10시.

영어 못하는 공항경찰에게 사정해 호텔을 알아보는데, 코리안이라니까 자꾸 손가락을 권총처럼 만들어 “탕, 탕” 쏘는 시늉을 했다. ‘이 녀석이 왜 이러나?’ 어렵게 구한 호텔서 자고 다음 날 거리에 나오자 가판대 신문마다 박정희 대통령 사진이 실려 있었다. 경찰은 박 대통령 암살 뉴스를 전해주려 한 것이다. 한국 고위 공무원이 대통령의 죽음을 지구 반대편 나라 공항경찰에게 듣다니… 여행이 팔자인가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여행의 스타일

KT 사장을 지내고 은퇴한 건 93년 3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게 같은 해 5월이다. 이미 유럽 여행 정보를 나라별로 A4용지 200쪽 이상씩 출력해 공부한 뒤였고, 아내 김성심(71)씨와 함께였다.

“아내는 외국여행 경험이 없었어요. 대신 산부인과 의사를 해서 체력은 좋았습니다. 패키지여행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패키지 상품은 다 똑같은 곳만 다녀요. 색다른 걸 보려면 혼자 여행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그런 훈련을 하자고 설득했죠.”

그의 여행은 한마디로 말하면 ‘강행군’이고, 달리 표현하면 아주 ‘한국적’이다. 여행은 쉬러가는 게 아니라고 단언한다. 여행의 콘셉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움직이면서 최대한 많이 흡수하는 여행.” “조금도 쉬지 말고 시간을 분할해서 최대한 많이 보는 여행.” “여행지 둘러보다 모르는 게 있으면 집에 가서 찾아보려고 가급적 사진을 많이 찍는 여행.”

유럽 배낭여행은 이랬다. 이동 수단은 기차다. 유레일패스를 이용했다. 숙소 예약은 미리 해놓지 않았다. 기차역 여행자 안내소에 가면 사전 예약보다 유리한 조건의 방을 찾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숙소는 반드시 도시 중심부에 정했다. 그 도시를 최대한 많이 보려면 그래야 최적의 동선이 나온다.

점심은 무조건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나 시장 가판대에서 해결했다. 레스토랑에서 요리 주문해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다. 도시 여행의 시작은 항상 시티 투어 버스였다. 버스를 타고 주요 유적지를 휙 둘러본 다음 지하철로 미리 찍어둔 미술관 박물관을 찾아갔다.

저녁 식사 후에는 밤늦도록 시내를 걷는다. 이때 보는 것은 그곳 사람들이다. 이 도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무슨 옷을 입고 어떤 표정으로 걷는지 세밀히 관찰해 머릿속에 넣는다. 그래야 여행 끝나고 돌아와서 추억할 게 많다고 한다. 이렇게 35일간 동·서유럽을 섭렵했다.

그의 머릿속엔 이미 세계 여행의 구상이 있었다. 전략을 물으니 두 가지를 알려준다. ①더 늙기 전에 먼 곳부터 가자(그래서 중남미, 남태평양, 아프리카, 아시아 순서로 여행했다). ②여행을 분산하자(1년이면 될 여행을 10년에 나눠 가면 1000만원짜리 상품을 100만원씩 10번 할부로 사는 셈이다. 그래야 경제적 부담이 적다).

역시 아내와 함께한 중남미는 세 블록으로 나눠 세 차례 여행했다. 97년 43일간 우루과이 파라과이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을 다녔고, 2001년과 2002년 각각 51일씩 남미 나머지 국가와 중미 지역을 여행했다. 2004∼2005년 통가 나우루 키리바시 등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모두 찾았다. 2007년 시작한 아프리카 여행을 위해선 먼저 일본에 가야 했다. 너무 위험해 아내를 동반하지 않았고, 배낭여행도 어려운 데다 국내엔 아프리카 전역을 커버하는 여행상품이 없었다. 일본 패키지 여행팀에 섞여 세 번째 방문 만에 아프리카 모든 국가를 여행했다.

192개국의 추억

그를 만난 곳은 서울 강남역 부근의 작은 오피스텔이었다. 여행 책자 가득한 방에서 그가 하는 일은 두 가지다. 192개국의 추억을 책으로 쓰는 것과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

-왜 이런 여행을 하시나요.

“내가 늘 하는 말인데,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이런 얘기를 했대요.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다. 난 그 책을 다 읽고 싶었던 거죠.”

-여행에는 돈, 건강, 시간이 필요하다던데요.

“흔히 그렇게 말하는데 천만의 말씀이에요. 제일 중요한 건 호기심입니다. 지구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 또 다른 건 뭐가 있을까, 감탄하고 궁금해할 줄 아는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 더 가실 곳이 없겠네요.

“왜 없어요. 그동안은 지역완성주의, 내가 지은 말인데, 모든 지역을 섭렵하는 여행이었고, 이젠 갔던 곳이라도 시선이 미처 닿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야죠. 내년 3월까지 책 마무리하고 다시 떠날 겁니다.”

-그동안 하신 여행 중 기억에 남는 곳을 소개해주시죠.

“아프리카 콩고에 가면 콩고강이 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쯤 되는 적도의 젖줄입니다. 그런데 콩고강의 강북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고, 강남은 콩고공화국 수도 브라자빌이에요. 수십년 내전이 벌어진 땅이라 갈등이 많았겠죠.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로 이념도 달랐어요. 강을 사이에 두고 헤어진 연인도 있을 테고, 돈벌이 하려고 몰래 강 건너다 죽은 사람도 많을 테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겠습니까. 라이베리아에 갔더니 수도가 몬로비아예요. 미국 대통령 이름을 따서 지었답니다. 이 지역, 그러니까 서아프리카의 키워드는 노예인데, 가나에 가니까 에르미나 노예유적지가 세계문화유산이 돼 있어요. 거창한 게 아니고, 허연 시멘트 집인데, 흑인 2000만명을 아메리카로 보낸 곳이래요. 그 노예 후손들이 미국 지원을 받아서 돌아와 만든 수도가 몬로비아예요….”

이 질문은 실수였다. 세계를 모두 본 여행가의 얘기는 끝없이 이어졌고, 인터뷰는 4시간이 다 되도록 끝나지 않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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